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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었다. 4월에 워크숍 준비하면서 내일투어를 알게 됐는데, 자유여행 금까기를 보니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숙소도 괜찮은 것 같아 가까운 칭다오부터 시작해야겠다 생각하고 일정을 맞춰보니 9월 15일-17일이 좋을 것 같아 형님과 딸, 나 이렇게 셋이 여행을 계획했다. 형님은 패키지만 다녔는데, 이 기회에 자유여행을 가자고 꼬신(?)거다. 딸이 중국어를 어느 정도 하니까 그것 믿고 간 거다. 내일투어 홈페이지에 여행신청을 남기니 다음날 이윤희 코디네이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필요한 절차를 아주 상세하고 친절히 알려줘 믿음이 갔다. 비자는 딸이 개인신청을 할 거라고 해서 비자신청비는 좀 번 셈이다. 여행 전에 메일로 필요한 사항, 궁금한 사항 서로 연락을 했고, 출발 하루 전날에 다시 유선으로 확인 전화를 줘서 어찌나 고맙든지... 혹시 잊고 빠드린 거 없는지 다시 확인하게 만들어 줬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첫날, 아침부터 비가 왔다. 남편이 공항까지 데려다 줘서 그래도 비는 맞지 않았지만, 청도에 도착하니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다. 일기예보엔 15, 16일 모두 비가 내리는 걸로 나왔다. 난 이번 여행으로 우리 형님이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자유여행의 참맛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공항 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우리가 승차하기 전에 막 버스가 출발한 뒤라 거의 30분을 기다렸다. 거기서 시간을 허비했고, 숙소에 짐을 풀고 완샹청에 있는 ''''''''''''''''외할머니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못 들어 갔다. 그 건물 식당엔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식당이 꽤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5.4광장으로 이동해서 해안을 따라 걷다가 잔교로 출발했다. 그런데 비도 내리고, 택시 교대시간에 걸려 택시 잡는 데 또 근 1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잔교에 내리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잔교는 야경이 멋있다고 하던데 조금 있으니 조명이 켜지면서 아름다운 광경을 선물해 줬다. 거기서 태동 야시장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택시 기사가 오늘 비가 와서 야시장이 안 열린다고 하는 거다. 다음날 가기로 하고, 운소로 미식거리로 옮겼다. 거기서 해산물 요리를 배부르게 먹고 카르푸에서 먹을 것 좀 사고 돌아왔다. 첫째날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둘째날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지하철 역에 위치한 죽집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죽집이 괜찮았다. 죽도 맛이 있었고, 함께 주문했던 반찬들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영빈관으로 갔는데 중국 단체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겨우 둘러보고 나오면서 기독교당, 천주성당을 구경했다. 천주성당 앞에서 웨딩촬영하는 팀을 12팀을 봤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맥주박물관으로 이동하려고 택시를 잡으니 요트 올림필 관계로 맥주박물관이 문을 닫았단다. 맥주거리 또한 마찬가지란다. 이런! 칭다오에 와서 맥주박물관을 못 본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럼 천후궁은 어떠냐니까 입장은 무료이지만 들어가면 향을 사야 하는데 그 값이 엄청 비싸단다. 그래서 그 곳도 못 가고 벽시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중국 전통 시장 겸 각종 꼬치구이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우린 실망했다. 우선 냄새부터 거부감이 들어 빠른 속도로 나와 버렸다. 춘화루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아침 먹을 게 소화가 되질 않아 먹을 수가 없어 그냥 지나쳤다.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재충전 후 소어산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으니 비가 와서 안 열었다는 거다. 루쉰공원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비 온다고 공원이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현지인이 그렇다는 걸 확인해 볼 수도 없어 카페거리로 향했다. 딸이 지도를 보면서 안내를 했는데 지도가 오작동을 했는지 길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걸음을 엄청 걸었다. 물어 물어 겨우 도착을 했다. 비가 내리니 바깥의 테이블은 모두 접힌 상태고, 그래서 사진에서 보는 그런 풍경은 아니었다. 예쁜 카페가 눈에 띄어 들어갔는데 안은 더 예뻤다. 거기서 조금 쉬고 근처에 있는 만두집으로 갔다. 선가어수교에서 만두를 먹고, 또 근처에 있는 85도C에서 빵을 산 뒤, 또 근처에 있는 발마사지 집에서 발 마사지를 받았다. 보통 패키지 여행에서 마사지 받으면 그 곳 직원들이 자기네들끼리 잡담을 많이 하는데, 딸이 중국어를 하니까 그런 잡담이 거의 없어 좋았다. 마사지 받고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그래서 태동야시장으로 갔다. 우리의 명동 같은 곳이라던데 비슷하긴 했다. 그런데 양쪽으로 늘어선 음식 파는 곳에서 나오는 중국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조금 괴로웠다. 거기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을 생각은 아예 하질 못했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떠났던 칭다오 여행이었는데 알짜배기 맥주박물관과 와인박물관을 볼 수 없었고, 소어산과 루쉰 공원도 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다. 딸은 칭다오에 한번 더 오라는 신의 계시라고 하면서 꼭 다시 오자고 했다. 사실 구경 못한 게 많아 아쉬움이 많이 남은 여행이었다. 그래도 자유여행의 맛인 현지 음식을 맛보고, 현지인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본 것으로 만족한다. 연세 드신 우리 형님이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해서 힘이 들었을 거다. 목적지를 찾아 걸으면서 그 곳 사람들의 생활모습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는 것 또한 자유여행의 맛이 아닐까? 기회가 되면 아랫동서와 같이 3동서가 함께 하는 여행을 했으면 한다. 2박3일 동안 늙은 엄마랑 큰엄마 모시고 통역하느라 애쓴 우리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윤희 코디네이터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도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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