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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고 맛깔스런 10일간의 북유럽여행
이규성(2023-06-26 AM 11: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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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고 맛깔스런 10일간의 북유럽여행

 

1. 일정


4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한우물 속에서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고 싶어서 부부동반으로 6월 5일부터 6월 14일까지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순으로 이어지는 9박 10일 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빼어난 자연환경에 흠뻑 빠진 채 역사와 문화탐방을 다녀온 뜻깊은 여행이었다. 다소 길게 썼지만 혹시라도 북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행 중 보고 느꼈던 소감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본다.

 

2. 짧았지만 알찼던 핀란드와 스웨덴


가. 호수의 나라 핀란드
첫날 터키항공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을 떠나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다소 긴 여정으로 핀란드의 헬싱키에 도착했다.
[호수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핀란드는 정말 호수가 많았다. 전 국토의 70%가 숲이라는 말에 걸맞게 수많은 숲과 호수로 이루어진 전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관광코스엔 없는 만큼 착륙 전 살펴보면 좋을 듯)
러시아와 스웨덴이라는 강대국의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했던 핀란드인들의 국민성과 생존투쟁 현장들을 탐방하며 우리의 처지와 흡사한 핀란들인들에게서 동병상련의 애절함이 느껴졌다.시벨리우스 공원에서의 작품과 작가의 인상(핀란드인 구별법의 팁이라는)은 특별히 기억에 남았다.

암석교회, 원로원 광장 등 헬싱키만의 하루여행으로 핀란드 여행을 마처야 하는 부족함을 가이드의 설명으로 보충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모든 학생들에게 대학까지의 무상교육(북유럽 공통), 학생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천연 자원이 부족한 환경을 인적자원 양성을 통해 국복해 나가고 있다는 것, 세금을 많이 내도 퇴직 후 연금으로 보상받기에 불평불만이 적다는 점, 돈많은 사람은 교통위반 과태료도 많이 낸다(25km 속도 초과 위반에 1억원 넘는 과태료가 부과 징수된 CEO가 있었다 함)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나. 노벨상 시상하는 복지국가 스웨덴
이어 스웨덴으로 가는 길,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고자 크루즈 코스를 거치며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밤새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밤 11시에 가까워져야 비로소 해가 지는 말로만 듣던 [백야현상]을 직업 체험하니 밤인지 낮인지 분간이 안되는 야릇하고 애매한 시간 여행이 부담스러웠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크루즈여행의 참맛인 라이브 공연도 챙겨보고 아침식사 때에는 뷔페식당에 앉아 요트를 보유한채 별장생활을 즐기는 유럽인들의 주거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다보니 어느새 스웨덴의 스톡홀롬에 도착하였다.  

스웨덴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말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복지서비스가 잘 돼 있기로 유명한 나라지만 노벨상을 빼놓을 수가 없는 나라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롬의 콘서트홀이 있는 광장, 노벨상 시상 후 연회가 열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황금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음)이 특히 볼만하였다. 이어 출정도 못해본 채 출항하자마자 침몰한 엄청난 전함을 전시한 바사호 박물관에서는 당시 스웨덴의 허세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3. 험난하고 척박했던 자연환경이 위대한 선물이 된 축복의 땅 노르웨이


가.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 스톡홀롬 여행을 마치고 장시간에 걸친 버스투어로 국경을 넘어 노르웨이로 향했다. 스칸디나비아 산맥을 넘어가는 만만찮은 도로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속도로와는 달리 재포장한 곳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노면상태가 양호하여 피로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화장실 문제는 유럽여행 내내 해결이 쉽지않은 난제로 따라다녔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사 방문 후 바겔란 조각공원에 갔다. 가난한 조각가에게 무료로 작업공간을 마련해 준 오슬로시, 그 댓가로 무료로 작품을 헌납한 조각가와의 합작품으로 빚어낸 바겔란 공원은 명품공원 그 자체였다. 22도의 폭염에 선텐을 즐기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나. 2014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사상 우리나라가 많은 금메달을 딴 대회로 기억되는 릴레함메르는 빙하호와 어우러져 도시가 무척 아름다웠다. 엄청난 경사의 활강코스는 마치 호수로 뛰어드는 느낌으로 활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경사가 가히 위압적이었다.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활강점프대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게이랑에르 피오르
소르프론의 산장호텔에서 숙박 후 게이랑에르 피오르에 가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길 코스의 설경이 환상적이었다. 5월까지 내린 눈이 정상 주변에는 만년설로 뒤덮인 스위스의 융프라우 같아 보였다. 동심으로 돌아가 설경을 만끽한 후 게이랑에르 빙하호로 향하는데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버스 길은 한계령보다도 더 심했지만 설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 페리호에 탑승하여 칠자매 폭포, 구애자 폭포 등 신비롭게 펼쳐지는 게이랑에르 피오르의 절경은 [자연은 위대하다]라는 말 이외의 표현이 부적절해 보였다.  

라. 노르웨이 제 2의 도시 베르겐 가는 길

베르겐으로 가는 길에 찾아간 뵈이야 빙하박물관에서는 빙하관련 영화감상과 빙하를 이용한 수력발전 과정을 보게 되었는데 의외의 발전방식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노르웨이 전력의 대부분이 친환경적인 수력발전이란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전력 생산 방식이 우리나라 북한강 댐들과 같은 줄 알았는데 빙하에 구멍을 뚫고 빙하 하단으로 흐르는 물로 수력발전을 하는 방식이었다. 역시 돈많은 친환경국가다운 발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후니쿨라를 타고 플루멘산의 정상에서 바라 본 물의 도시 베르겐은 빙하호로 둘어싸인 아름다운 도시였다.

마. 카페가 아름다운 도시 스타방에르,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국 있는 곳
뤼세 피오르를 가기 전 숙박장소인 스타방에르는 인근에서 생산되는 원유 덕분에 떠오르는 관광 명소가 된 곳이었다. 아름답게 꾸며진 카페의 거리는 정감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사진찍기 명소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또한, 바닷가 길을 따라 홍콩의 영화의 거리와 같은 분위기가 살짝 풍기도록 조각품들이 전시되었는데 많은 작품이 전시된 것은 아니고 노벨 평화상이 시상되는 노르웨이인만큼 평화상 받은 사람들의 발바닥 자국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곳에 김대중대통령의 발자국 형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꼼꼼히 살펴보다가 마침내 찾아냈다. 앞으로 노르웨이를 방문하는 한국사람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전망해 봤다.  

바. 뤼세 피오르(프레케스톨렌), 이 곳을 보지 않고 노르웨이 관광을 논하면 안될 듯

뤼세 피오르를 바라볼 수 있는 프레케스톨렌 하이킹 코스는 체력이 약한 분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자갈길, 바위길이다. 그러나 뤼세 피오르가 보이는 정상에 오르면 2시간여의 험난(?)한 여정은 모두 용서가 되고 보상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아찔하고 장엄한 절벽위에서 인증샷을 찍는 모습은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고, 협곡을 따라 흘러가는 빙하의 물줄기는 넋을 잃고 감상하기에 훌륭한 대자연의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CNN이 선정한 세계 50대 대자연의 신비 1위에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 얼굴에서 감동과 환희가 분출되고 있었다. 덴마크행 비행기 시간에 맞춰 서둘러 내려와야 하는 일정이 다소 아쉬웠다. 좀 더 일찍 출발하여 정상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마지막 코스, 인어공주가 있는 동화의 나라 덴마크(코펜하겐)


가. 공원묘지와 마트 방문
코펜하겐에 도착 후 호텔에서 저녁 식사 후 인근 공원을 찾아 산책을 했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길따라 펼쳐진 어마어마한 나무(사이프러스)에 놀랐고 산책하면서 이곳이 공원묘지(아시스텐스)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도심 한가운데에 공원묘지라니?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에 경외감이 느껴졌다.  

이어 방문한 호텔 근처의 마트(NETTO)에 들렀는데 낙농의 나라답게 유제품 관련 제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겠다 싶어서 치즈와 딸기잼을 제법 많이 구입하였는데 여행 중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나. 코펜하겐 시내 관광(시청사, 안데르센 동상, 궁전, 인어공주상, 뉘하운 등)
호텔에서 조식 후 코펜하겐 시청사와 청사 밖에 있는 덴마크 최고의 동화작가인 안데르센 동상을 둘러본 후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특권을 거부하고 평등, 검소로 상징되는 덴마크 국회의원들이 집무하는 국회의사당을 방문하면서 정쟁만 일삼는 어느 나라의 국회의원들과 비교되어 마음이 씁쓸했다.  

이어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코펜하겐의 상징, 인어공주상에 흠뻑 빠졌다가 왕궁 근위병 교대식을 구경한 후 맛있는 현지식 점심 식사를 마치고 뉘하운이라는 코펜하겐 관광의 중심지에서 자유시간을 갖게 되었다.  

다. 평생 잊지 못할 소매치기와의 조우, 그리고 되찾은 여권

코펜하겐에서 주어진 2시간 여의 자유시간, 일행 중 한분이 아이스크림을 쏘겠다고 해서 코펜하겐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목적지가 같다보니 2-3명씩 무리지어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낯선 2명의 여자들이 앞서가는 우리 일행들 중의 한그룹 뒤편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뒤에 따라가던 우리 일행중 한 분이 저애들 이상하다고 하면서 바로 소리쳐 우리일행을 부른 후 가방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의 세군데 지퍼가 모두 열려있었다. 잃어버린 물건 없냐니까 여권이 없어졌다고 한다.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뒤로 뛰어갔다. 마침 저애들 이상하다고 할 때 봤던 뒷모습(한명은 검정색 레깅스, 한명은 흰색바지-범인)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던 것이다. 재빨리 100여 미터를 달려 사거리에 도착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인파가 많은 쪽으로 갔으면 어렵겠다 생각하며 흰바지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아래 위로 살펴보던 중 마침 인파가 적은 쪽에서 어딘가에 숨었다가 나타나 멀리 도망가는 범인(흰바지)을 발견하고는 소리지르며 쫓아갔다. 그런데 소매치기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멈추어 서서 내가 가까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엉뚱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기 저사람들이 훔쳤다는 몸짓을 하면서 지갑의 위치를 내게 알려주었다. 도망가면서 지갑을 버렸음을 직감했다. 우선 지갑을 열어 확인해 보니 대한민국 여권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돈의 유무는 묻지도 않았고 소매치기를 잡아도 절대 때리지 말라했던 가이드의 말이 생각나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돌아가라고 했다. 인솔가이드, 현지가이드가 그토록 조심하라던 소매치기를 마지막날 영접(!)하게 된 셈이다. 이제 다 끝났다고 방심했던 탓일까? 몇 시간 뒤에 귀국 비행기를 타야하는 시점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졸지에 난 ‘영웅’이 됐다.




5. 여담...


가. ‘돈은 잘 써야한다’는 진리를 실천한 세 분
첫 번째로는 코펜하겐에서 마지막 호텔 숙박을 하던 날 계획상으로는 20유로씩 받아 자유식을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갑자기 내일여행 측(아마도 사장님?)에서 호텔식으로 변경해 주었다는 낭보가 날라왔다. 덕분에 45유로짜리 호텔 세트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두 번째로 실천하신 분은 여행을 함께한 멋진 어르신이다. 고령(87)의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막내 아드님과 함께 전혀 무리없이 동행하신 분, 그 분께서 일행 모두에게 호텔 식사 중에 맥주를 한잔씩 쏘셨다. 덕분에 7종류의 맥주 중에서 골라먹는 호사를 누렸다.  

세 번째의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뉘하운 거리에서의 아이스크림 쏘신 분이다. 패키지여행 멤버 모집 중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길래 신청했다며 외로운 여행을 각오하고 참여했는데 모두가 따뜻하게 대해줘 외롭지 않았다며 보답으로 한 턱 쏘겠다고 했다. 그분의 댁이 양산이다.(그 애길 듣고 양산 사람들은 비오는 날도 모두 양산쓰고 다니느냐고 물었다가 주위사람들한테 몰매 맞았다)
나.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인솔 가이드 김희정씨

한마디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감사하다. 하나 하나 보살펴 주고 챙겨주어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하는 내내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신 덕에 똑똑해진 우리들은 여행지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쏙쏙 집어 넣을 수 있었다. 마치 멋진 수학여행을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역사적인 내용들을 시대와 지역을 가미하여 인물중심으로 흥미롭게 설명해 주어 이해도 쉬웠고 이내 역사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희정씨!
편안하고 보람있는 여행이 되도록 애써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또한, 잊지 못할 멋진 추억거리를 안겨 준 내일투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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